1974년 F. 스콧 피츠제럴드 작품을 영화화한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 제작을 했던 랄프 로렌. 그가 입힌 흰색의 플란넬 슈트와 직선형 실루엣의 원피스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랄프 로렌이 만든 브랜드 폴로는 미국의 전 국민적 스타일이 되었다. 클래식한 엘리트 이미지와 감각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패션 왕국을 건설한 남자. 하지만 정작 디자인 교육은 받은 적이 없는 랄프 로렌이 어떻게 이런 거대한 패션 왕국을 이루게 된 것일까. 랄프 로렌과 그의 브랜드 랄프 로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세일즈 맨이 만든 첫 브랜드, 폴로
세계적인 패션 왕국을 건설하며 1997년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고, 패션 산업에서 사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바로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이야기다. 1939년 미국 브롱크스의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랄프 로렌은 어릴 적부터 패션 감각이 남들과 달랐다. 항상 스타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불리곤 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 시립 대학교의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했다. 그리고 낮에는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이렇게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청년이 거대한 패션왕국 랄프 로렌을 건설한 사람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 자신의 사진 밑에 꿈을 적는 곳에 랄프 로렌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173번째로 부자가 되었다. 꿈을 이룬 것이다.
브룩스 브라더스를 거쳐 랄프 로렌은 남성복 브랜드 보 브럼멜의 넥타이 디자이너로 고용되면서 패션계에 입문했다. 그러던 1967년 어느 날, 랄프 로렌은 자신의 넥타이 사업을 구상하다가 미국 부유층이 즐기는 스포츠, 폴로에서 영감을 받아서 자신만의 브랜드 폴로를 탄생시켰다. 당시 넥타이 트렌드는 폭이 좁고 어두운 색상이 주를 이뤘는데, 랄프 로렌은 이와 정반대로 폭이 넓고 색상이 화려한 넥타이를 디자인했다. 폴로의 넥타이는 큰 인기를 얻었고 수 많은 샵에서 구매를 원하게 되었다. 넥타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곧 사업을 의류로 혹장해 남성복 라인을 론칭했다. 고급스러운 엘리트 스타일을 선호하던 그는 폴로의 콘셉트도 클래식으로 잡고, 영국 귀족의 클래식한 감각에 아메리칸 스타일을 믹스한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 동부 맨해튼의 부유한 엘리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폴로 슈트를 구입했다. 남성복 라인의 대성공으로 랄프 로렌은 1970년 코티 어워드에서 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곧바로 여성복 라인을 론칭했다. 이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말을 타고 있는 폴로 선수 로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1972년, 폴로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폴로 메시 셔츠이다. 당시 24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는데 이때부터 폴로 로고를 가슴에 새기기 시작했다. 이 셔츠는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고 미국인들 사이에서 클래식 아이템의 대표 주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또한 '위대한 개츠비', '애니 홀' 등 영화 의상 협찬으로 폴로는 전 미국인이 사랑하는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
거대한 패션 왕국의 건설
랄프 로렌은 가장 미국적인 디자이너로 불린다. 자신의 디자인에 미국인의 전통적인 감각을 가미하여 지극히 미국적인 스타일을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도 퍼뜨렸다. 런던에 처음 폴로 매장을 오픈한 후 파리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미국의 디자이너가 유럽에 독립적인 부티크를 오픈한 것은 랄프 로렌이 사상 처음이었다.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굳힌 로렌은 그의 브랜드를 확장해 나갔다. 1978년, 그는 아동복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폴로 보이즈와 폴로 걸즈를 론칭했다. 유아틱한 디자인이 아닌 전통적인 폴로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와 클래식한 고급 아동복을 선보인 것이다.
멈출 줄 모르는 성장과 함께 랄프 로렌은 다시 한번 사업 영역을 넓힌다. 1983년에는 랄프 로렌 홈 론칭하며 침실과 욕실 용품에서부터 가구와 주방 식기까지 집안 인테리어를 모두 랄프 로렌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심지어 1995년에는 랄프 로렌 페인트 컬렉션까지 론칭하면서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과 환경 전체를 랄프 로렌으로 만들었다. 이는 랄프 로렌을 통해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을 전 세계에 전파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스포츠와 피트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폴로 스포츠를 론칭하고, 1996년에는 폴로 진을 탄생시켰다. 좀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여 젊은 고객층까지 끌어들이게 되었다.
1986년 랄프 로렌의 본점을 확장 오픈하면서 거대한 랄프 로렌 왕국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마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매장을 외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전부 랄프 로렌의 스타일로 꾸며서 마치 하나의 대형 쇼케이스 현장과도 같았다. 사람들의 미국적인 삶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해서 랄프 로렌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도 그런 삶을 누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랄프 로렌은 디자인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디자이너로 불린다. 광고에서도 옷에 중점을 두지 않고, 미국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따라고 싶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이런 마케팅으로 인해 그는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베스트셀링 디자이너로 만들었고, 그는 많은 돈을 번 만큼 기부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2006년에는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세일즈맨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로 성장시킨 랄프 로렌. '나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꿈을 디자인한다.'는 철학이 그의 옷에는 담겨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디자이너가 된 그의 스타일은 트렌드에 상관없이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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