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자마자 패션계를 강타한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미국의 패션 매거진 '보그(Vogue)'에 '패션계의 떠오르는 별 7인' 중 하나로 소개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언더그라운드 바에서부터 부유층의 사교 파티장까지 언제, 어디서나 그의 의상은 어울렸고 사람들은 마크 제이콥스의 스타일에 흠뻑 빠져들었다. 수많은 상까지 휩쓴 이 천재 디자이너는 어떻게 자기만의 제국을 세우게 되었을까.
디자이너이자 브랜드인 마크 제이콥스
'흥행의 마술사'라 불리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1963년 4월 9일 미국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니트 짜는 법을 배우기를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옷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열다섯살 때 당시 뉴욕에서 가장 유명했던 부티크 '샤리바리'의 창고에서 물품 관리 일을 하다 우연히 디자이너 페리 엘리스를 만난 것을 계기로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1981년 마크 제이콥스는 디자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입학해 패션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디자이너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졸업작품 컬렉션에서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페리 엘리스 황금 골무상'을 최연소로 수상하고, 특히 어릴 적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핸드메이드 스웨터는 그가 과거에 일했던 '샤리바리'의 주인 눈에 들어 '마크 제이콥스 포 마크 앤 바바라'라는 라벨을 달고 샤리바리에서 실제로 판매가 되기도 했었다. 이때 마크 제이콥스의 재능에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던 로버트 더피(Robert Duffy)는 자신이 일하던 '루벤 토마스'사의 브랜드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이후 '제이콥스 더피 디자인'이라는 패션 회사를 설립하며 이어진다. 1986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의 첫 번째 컬렉션을 발표하게 된다. 첫 번째 컬렉션부터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것이 마크 제이콥스의 라벨을 단 최초의 컬렉션인 동시에, '마크 제이콥스'라는 브랜드의 공식적인 시작이었다. 그리고 브랜드를 론칭한 지 단 1년 만에 패션계의 새로운 인재들에게 수여하는 CFDA 페리 엘리스 상을 수상해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89년 마크 제이콥스와 로버트 더피는 마크 제이콥스의 어릴 적 우상이었던 페리 엘리스의 디자인 부사장 및 사장으로 각각 발탁되었다. 당시 시애틀 록 밴드들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던 마크 제이콥스는 디자인에도 그것이 반영되었다. 페리 엘리스의 컬렉션에서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 특유의 어둡고 조금은 불쾌하면서 지저분한 면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지 룩(Grunge Look)'을 발표했다. 너저분한 체크 셔츠와 늘어진 스웨터, 찢어진 청바지 등 그런지 룩은 정해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의상을 원하는 대로 섞어 입으면서 특유의 세련된 캐주얼을 보여주었고, 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거리의 문화를 컬렉션 무대 위로 끌어올린 디자이너라는 호평을 받으며 두 번째 CFDA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페리 엘리스의 고상한 상류층 고객들은 그런지 룩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마크 제이콥스와 로버트 더피는 페리 엘리스에서 해고되었다. 그러나 1993년 가을, 제이콥스와 더피는 마침내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를 론칭하며 남녀 신발 라인은 물론 남성복 라인까지 확장해 가기 시작했다.
루이비통을 재탄생 시킨 마크 제이콥스
1997년 어느 날, 루이뷔통이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베르나르 아르노는 마크 제이콥스를 루이뷔통의 디자이너로, 로버트 더피는 스튜디오 디렉터로 임명한 것이다. 당시 루이뷔통은 중년들만 이용하는 구식 이미지로 퇴색하고 있었는데,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뷔통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팝아트와 같은 영역을 하이엔드 패션과 절묘하게 믹스시키는 능력이 있었고, 이것은 전 세계의 여성들이 다시 루이뷔통에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1998년에는 VH1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 1999년에는 CFDA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 등을 수상하며 상을 휩쓸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고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2001년에는 현대 미술가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함께 모노그램 위에 형광 페인트로 로고를 휘갈겨 쓴 '그라피티 모노그램'을 선보이며 2-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마크 제이콥스로 인해서 루이뷔통의 매출은 4배나 올랐으며 그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은 패션계의 예시가 되었다.
유행을 창조하는 트렌드 메이커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혁신을 통해 수 많은 히트 아이템을 탄생시켰으며, 자신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는 톡톡 튀는 컬러 조합과 경쾌한 프린트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디자인은 실용적이고 웨어러블 한 독창적인 가치와 상업적인 가치를 동시에 가진다. 그는 기존의 명품 브랜드들과 달리 실용적이며 캐주얼한 의상을 출시하며 스트리트 매장을 내고 '캐주얼의 명품화'를 이뤄내고 있다. 스트리트 매장은 마크 제이콥스의 자유분방한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처음에 목표했던 '젊고 멋진 사람들을 위한 하이패션'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것은 무조건 유행이 된다는 이 스타 디자이너는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미국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CFDA상을 무려 일곱 번이나 수상하고,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예술가 부문에서 18위에 올랐다. 도전 정신과 독특한 감각으로 유행을 창조하는 트렌드 메이커, 마크 제이콥스는 고급스러움과 캐주얼을 오가며 옷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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