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부터 시작해서 향수, 화장품, 신발, 액세서리, 안경, 시계, 심지어 호텔까지.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패션 하우스 중의 하나이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다양한 카테고리로 뻗어나가는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2001년 가장 성공한 이탈리아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연 매출 16억 달러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의 수장 아르마니는 원래 의대생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해서 패션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의대생, 패션계에 첫발을 내딛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는 1934년 이탈리아의 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꼼꼼하고 내성적인 그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고, 그는 밀라노대 의학부에 입학했다.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친 후, 그는 1957년 밀라노의 고급 백화점인 라 리나센테(La Rinascente)에서 쇼윈도 디스플레이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이 패션계에 내디딘 첫발이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실력을 인정받아 바이어 부서로 옮기게 된다. 그 후 6년간 일하면서 소재와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패션에 관한 어떠한 정규 교육도 받지 않았던 아르마니는 무작정 실전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다. 어느 날, 아르마니의 재능을 눈여겨보던 이탈리아 브랜드 니노 세루티에서 새로운 남성복 라인 '히트맨'의 보조 디자이너 자리를 아르마니에게 제안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니노 세루티의 공장에서 한 달 정도 트레이닝을 받은 뒤 곧바로 히트맨의 디자이너로 투입되었다. 아르마니는 소재와 생산 시스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잘 만들어진 엘레강스한 옷의 가치도 깨닫게 되었다. 7년간 히트맨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아르마니 디자인의 특징이 생겼다. 편안하면서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듯 디자인된 아르마니의 옷은 옷이 몸을 속박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추구하였다. 패션이란 청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아르마니의 소신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히트맨의 옷들은 기존의 남성복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였다. 어깨 패드를 줄이는 등 복잡하고 인위적인 구조는 배제하고, 기존 정장의 포켓이나 단추를 옮겨서 여유 있고 편안해 보이는 실루엣을 만들었다. 그 후 아르마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Loewe), 이탈리아의 남성 패션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디자인을 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탄생과 성장
1975년 7월 24일, 아르마니는 친구 세르지오 갈레오티(Sergio Galeotti)와 함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론칭했다. 밀라노 건축 사무실 디자이너로 일하다 히트맨의 직물 수입업체로 자리를 옮겨 구매 담당으로 일하고 있던 세르지오 갈레오티는 늘 아르마니를 격려하고 응원했는데 함께 브랜드까지 론칭하게 되었다. 세르지오 갈레오티는 매니저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아트디렉트를 맡아 '조르지오 아르마니 S.P.A'를 설립한 것이다. 브랜드 론칭 후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급 원단을 이용한 아르마니의 슈트는 편안하고 루즈한 실루엣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또 남성복과 여성복의 요소가 서로 절충되어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그만의 특징이었다. 남성복에는 여성적인 요소를 첨가해 부드럽게, 여성복에는 남성적인 요소를 첨가해 강하게 보이는 매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유럽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그가 만든 여성복은 '파워 슈트'라 불리며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1980년대 전 세계적인 경제 부흥으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의 위상이 올라가던 시기였기에 실용적이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아르마니의 옷이 시대적으로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는 1982년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며 패션계에 없어서는 안 될 디자이너로 올라서게 된다.
그 후 1980년 배우 리차드 기어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입고 영화에 출연하면서부터 미국에서도 사랑받기 시작했고, 이후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아르마니 옷을 즐겨 입었다. 이를 발판 삼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현재까지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레드카펫에서 아르마니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1981년부터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젊은 층을 겨냥한 서브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 출시를 시작으로 아동복, 수영복, 향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시켜 나갔다. 아르마니는 2000년 로레알 그룹과 손을 잡고 뷰티 라인도 론칭했는데, 아르마니 뷰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2007년 삼성과 함께 조르지오 아르마니 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0년에는 두바이에 하이엔드 홈 컬렉션 라인 '아르마니 까사'의 가구들로 꾸며진 아르마니 호텔을 오픈하며 그 아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아르마니의 브랜드가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서브 브랜드로 확장한 후에도 아르마니 특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지켰기 때문이다.
8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열정적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르마니의 브랜드들의 모든 프로젝트는 아르마니의 최종 결정 없이 진행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르마니의 브랜드들이 일관된 느낌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LVMH나 PPR과 같으나 거대 기업에 이수되지 않은 채, 여전히 당당한 독립 회사로 남아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80년대에 보여줬던 파워풀한 에너지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패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니멀리즘의 미학, 질 샌더 (2) | 2022.12.23 |
---|---|
관능적이고 섹시한 스타일의 지아니 베르사체 (0) | 2022.12.20 |
영국 펑크 룩의 대모, 비비안 웨트스우드 (0) | 2022.11.07 |
여성에게 자유를 입힌 패션 혁명가, 이브 생 로랑 (0) | 2022.11.06 |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브랜드, 지방시 (0) | 2022.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