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고전적인 디자인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다. 매년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완연해지면 자연스럽게 트렌치코트를 떠올리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1961년에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비 오는 날 키스신 장면은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의상에도 눈길이 간다. 영화 속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입고 있던 것은 바로 버버리 트렌치코트다.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오드리 헵번이 입은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패션의 정석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버버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버버리의 탄생
버버리는 직물점에서 일하던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1856년 영국 남부 햄프셔 베이싱토크에 자신의 가게를 열면서 시작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영국의 날씨 탓에 방수 기능이 있는 외투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았던 그는 직접 소재 개발에 나서게 된다. 수 차례 노력 끝에, 그는 1879년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이 원단은 기존의 무겁고 거칠었던 기능성 원단과 달리, 방수 기능이 있으면서도 가벼워 다양하게 활용되며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후 1888년 토마스 버버리는 개버딘으로 특허까지 출원하고, 개버딘을 활용하여 등산, 낚시, 캠핑 등 레저 스포츠 용품들을 내놓아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트렌치코트의 유래
트렌치코트는 군용 방수 코트에서 유래하게 되었다. 1912년 버버리는 개버딘을 이용해 만든 '타이로켄(tielocken)' 코트를 서보였다. 허리 벨트로 앞자락을 여미는 것이 특징인 이 옷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비바람과 추위에 떨던 영국군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어 버버리는 제2차 세계 대전을 위한 군용 코트도 제작하게 된다. 바람에 따라 단추 여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더블브레스트(double breasted), 총을 메는 어깨 부분 마모 방지와 비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건 플랩(gun flap), 계급장, 수류탄, 지도 등을 달 수 있는 견장과 허리 벨트의 D자형 고리, 소맷단을 줄일 수 있는 커프스 플랩 등 트렌치코트의 디자인적 특징을 갖추게 되었다. 수 십만 명의 장교들이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전쟁터에 나갔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상생활에서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었다. 그러다 영화 속 배우들도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자주 입고 등장하며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왕실도 인정을 하며, 1955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왕실 인증(royal warranty)을 받았다. 이렇게 트렌치코트는 성별과 나이, 시대를 초월하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영국의 대표 브랜드, 버버리
버버리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지나친 대중화와 모조품의 양산으로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버버리는 1997년 미국 삭스 피프스 백화점의 최고 경영자였던 로즈마리 브라보를 영입하여 브랜드의 위기를 이겨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버버리의 올드한 이미지 개혁을 위해 모던하면서 럭셔리한 컬렉션 라인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을 론칭하고, 버버리스(Burberrys)라는 브랜드 이름을 대문자로 바꾸고 s를 뺀 버버리(BURBERRY)로 변경했다. 2001년에는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젊고 트렌디하게 클래식을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였다. 영국적 펑크 문화에 모던함을 추가해 다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버버리는 2006년 안젤라 아렌츠가 최고경영자로 부임하면서 디지털 기업으로 다시 한번 변화를 꾀하였다. 2009년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며 패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난 버버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지금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버버리의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이 낳은 것은 의회 민주주의와 스카치위스키 그리고 버버리 코트다." 클래식함과 실용성을 갖춘 165년 전통의 버버리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멋스러운 브랜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패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에서 출발한 브랜드, 루이비통 (0) | 2022.10.24 |
---|---|
장인 정신이 만들어 낸 헤리티지, 에르메스 (0) | 2022.10.21 |
지금 가장 핫한 브랜드, 구찌 (0) | 2022.10.20 |
변하지 않는 세기의 스타일, 샤넬 (2) | 2022.10.19 |
악마도 입은 매력적인 프라다 (0) | 2022.10.17 |
댓글